인연의 그물망: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든 결정적 만남들

인연의 그물망: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든 결정적 만남들

 

한 사람의 삶은 무수히 많은 만남과 헤어짐으로 짜인 직물과 같다. 수필집 『우리 모두 아픈 청춘이었다』는 저자의 삶을 결정적인 순간마다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던 ‘인연’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계가 어떻게 한 개인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형성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야기의 시작에는 태평양 너머의 인연, ‘케리 휴즈’가 있다. 1980년, 연탄 먼지 속에서 희망을 잃어가던 열일곱 소년에게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온 그녀의 편지는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유일한 창이었다. “오늘은 눈이 너무 많이 왔어”와 같은 사소하고 평범한 문장들이 암울한 현실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었다. 42년이 흘러 책 출간 직전, 그녀가 불과 2주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위해 ‘기억 나무’를 심는 마지막 장면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인연의 지속성과 숭고함을 보여준다.

청춘의 길목에서는 멘토 ‘허인하’를 만난다. 레스토랑 ‘퀸’의 매니저였던 그는 저자의 잠재력을 꿰뚫어 보고, 스스로 선택한 ‘위대한’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불러준 인물이다. 그가 보낸 편지 속 “생각이 위대했던 녀석, 위대한에게…!”라는 구절은 한 청년의 정체성 탐색에 강력한 확신을 심어준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이름이 타인에 의해 호명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이 인연은 증명한다.

모든 인연이 빛을 비춰준 것은 아니다. 『독서신문』의 동료 기자 ‘YM’과의 기억은 저자에게 깊은 아픔과 후회로 남아있다. 기자들에게 신문 판매를 강요하는 기형적인 착취 구조 속에서, 그녀는 생계를 위해 비극적인 길을 걸어야만 했다. 저자는 “제가 그 시절 그녀를 선택했더라면, 혹 그녀의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까”라고 고백하며, 한 개인의 선택이 타인의 운명에 미칠 수 있었던 가능성을 성찰한다. 이 비극적 인연은 ‘아픈 청춘’이라는 제목에 가장 깊은 의미를 부여한 존재이다.

이 외에도 경북 문경에서 불꽃 같은 열정을 나누었던 ‘들풀모임’ 사람들 , 치열하게 논쟁했지만 서로를 깊이 이해했던 ’21세기프론티어’의 ‘skyang(양신규)’ 등 수많은 인연이 그의 삶을 채웠다. 『우리는 모두 아픈 청춘이었다』는 이처럼 한 사람의 인생 지도가 희망을 준 인연, 가능성을 믿어준 인연, 그리고 아픔으로 남은 인연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만들어졌음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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