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픔은 어떻게 한 개인의 길이 되는가
시대의 아픔은 어떻게 한 개인의 길이 되는가
수필집 『우리 모두 아픈 청춘이었다』는 1980년대라는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한 한 개인의 삶을 통해, 고통이 어떻게 성장의 길이 되는지를 깊이 있게 증언하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지나간 시절에 대한 회고가 아니라, 구조적 모순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자신의 길을 모색하고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지에 대한 치열한 탐구이다.
저자의 청춘은 ‘곤궁함’과 ‘고단한 노동’으로 시작된다. 충청북도 제천에서 큰형의 연탄 배달 트럭 조수로 무보수로 일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미래는 연탄 먼지처럼 뿌옇기만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잿빛 현실 속에서 그는 태평양 건너 펜팔 친구 ‘케리’의 편지를 통해 더 넓은 세계를 향한 열망을 키웠다. 이는 경제적 곤궁이라는 구조적 한계와 외부 세계를 향한 개인의 열망이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경험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언론계에서 그는 또 다른 차원의 부조리와 마주한다. 1980년대 언론계에 만연했던 ‘촌지’ 문화, 강압적인 광고 영업, 그리고 기자들을 영업사원으로 전락시키는 착취 구조는 시대가 개인에게 가한 폭력이었다. 특히 동료 여성 기자 ‘YM’이 생존을 위해 비극적인 길을 걸어야 했던 사건은, 구조적 폭력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아픈 기록이다. 이러한 부조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감시대상명단(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그가 부패한 생태계에서 벗어나 윤리적 자존감을 지키는 변곡점이 되었다.
저자의 시련은 창업 실패로 이어진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꿨던 IT 벤처 ‘폭스북’의 좌절과 10억 원의 채무는 그를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의 차가운 벽 앞에 서게 했다. 결국 그는 학연과 지연의 카르텔, 실패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적 족쇄를 피해 가족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민을 선택한다.
이처럼 『우리 모두 아픈 청춘이었다』는 연탄 배달의 고단함 속에서 더 넓은 세상을 꿈꾸고 , 부패한 조직에서 쫓겨나며 윤리적 자존감을 지켰으며 , 거대한 실패를 딛고 자유를 찾아 떠나야 했던 한 개인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고통과 좌절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으며, 바로 그 아픔이 오늘의 나를 만드는 단단한 길이 되었음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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