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의 “책속으로” 코너 장면들

교보문고의 “책속으로” 코너 장면들

교보문고의 “책속으로” 코너는 독자들이 작품의 분위기와 문체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퀀텀 스톰』의 독특한 세계관과 깊이 있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음의 장면들을 발췌해 봤습니다. 각 장면은 작품의 주요 테마와 서사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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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충격적인 가설의 서막: 12세 천재 소녀의 경고

(작품의 시작을 알리며, 거대한 위협과 주인공의 존재를 강렬하게 제시하는 장면)

 

세미나실 문이 열리고 박수 소리가 실내를 채웠다. 제니퍼가 단상으로 발을 딛자 많은 청중과 거대한 스크린 사이에 선 소녀의 모습은 위태로울 만큼 작아 보였다. 그 압도적인 공간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거나 도망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소녀는 청중 한 사람 한 사람을 차례로 응시하며 자리를 지켰다. 무심한 듯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작은 등 뒤로 논문의 제목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퀀텀 스톰: 참여적 붕괴》

“제 논문은···”

소녀의 목소리가 낮지만 분명하게 공간을 갈랐다.

“지구가 1초 만에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는 가설을 다룹니다.”

순간, 장내에 얕은 탄식과 술렁임이 퍼져나갔다.

심사가 끝나고 소녀가 다시 찰스강변에 앉았을 때,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강물은 붉은 노을을 담아 일렁였다. 그때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다. 아버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제니, 고생 많았다. 관찰자가 곧 우주를 결정한다는 네 생각··· 틀리지 않을 수도 있지. 엄마도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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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판도라의 상자: 어머니의 유산과 은빛 펜던트의 비밀

(어머니 J가 남긴 미스터리한 공간과 핵심 장비, 그리고 숨겨진 시집의 등장을 보여주는 장면)

 

제니퍼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덮개를 걷어내자 금속과 유리,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복합 재료로 구성된 장비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2미터가 넘는 기둥의 중앙에는 검은색 구체 형태의 코어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주위를 여러 개의 투명한 진공 챔버와 에너지 도관이 감싸고 있었다. 표면은 코일과 렌즈, 미세 회로가 촘촘히 얽혀 있었다. 그 위로는 마치 J가 직접 새긴 듯한 기하학적이면서도 유기적인 문양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탐색 중입니다··· 장비 하단부에서 소형 양자 배터리 팩과 수동 활성화용으로 추정되는 포트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포트의 규격이 현재 표준과 달라 강제로 연결을 시도할 경우 시스템이 손상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 순간, 장비 하단의 검은색 코어 표면에 새겨진 문양이 제니퍼의 시선을 끌었다. 여러 개의 동심원과 교차하는 직선. 어딘가 익숙한 패턴이었다. 제니퍼는 목에 걸고 있던 은빛 펜던트를 들어 살폈다. 펜던트 표면에는 더 작고 단순화된, 그러나 분명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펜던트를 장비의 수동 활성화 포트로 보이는 작은 홈에 가져가자,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정확히 들어맞으며 딸깍 하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장비 전체에 낮은 공명음이 퍼지기 시작했고 제어판 스크린에는 푸른빛이 들어오며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빠르게 점멸했다.

장비에서 울리던 공명음은 점차 안정된 주파수로 수렴했고 중앙의 구형 코어가 부드럽게 회전을 시작했다. 외부는 매끄러운 흑요석처럼 반짝였지만 표면 아래에서는 은은하게 흐르는 액체금속성 광휘가 마치 생명체처럼 맥동하고 있었다. 중심부는 단단한 물질처럼 보이면서도 파동처럼 일렁였으며 그 위에는 얇은 중력파 막이 펼쳐지듯 투명한 에너지 필드가 형성되었다.

그 순간, 은빛 펜던트가 장치와 공명하듯 빛을 발하자 코어 위에 초정밀 중력 안정화 렌즈가 생성되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공기 속에서 공간은 종잇장처럼 살짝 접히듯 뒤틀렸고 중심부에서는 하나의 실루엣이 천천히 떠올랐다. 마치 4차원 좌표에서 잘린 3차원의 그림자가 우리 현실에 투영되듯, 책 한 권이 아주 조용히 공간 속으로 나타났다.

그 책은 단순히 ‘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과 공간의 균형이 정렬된 한 지점, 고정된 사건 좌표 위에 위치한 듯 느껴졌다. 은빛 표지에 《J》라는 이니셜이 선명하게 각인된 시집은 액체처럼 유동하는 장 안에서 흔들림 없이 떠 있었고 그 주위로 휘어진 광선들이 무지갯빛 아지랑이처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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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비극 속 새로운 리더의 탄생: 제니퍼의 연설

(예측 불가능한 비극 앞에서 흔들리면서도 책임을 다하려는 주인공의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

 

‘··· 해당 편명은 위대한 회장님께서 탑승 중이던 것으로 확인된 전용기입니다.’

제니퍼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니, 순간 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역시 잘못 들은 것일까. 되묻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숨을 들이켤 수도, 내쉴 수도 없었다.

“아니야······”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를 쥐어짜냈지만, 입이 내뱉는 말보다 눈 앞에 펼쳐진 데이터가 빨랐다. 추락하는 스타올빗의 마지막 궤적. 폭발의 섬광. 탑승자 명단에 선명히 적힌 ‘그레이트 위 Great Wi ’라는 이름.

아빠가 오고 있었다. 자기를 걱정해서. 위험하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로 직접. 제니퍼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더 이상 말이 아니었다. 영혼이 찢겨 나가는 듯한 날것의 절규였다. 온몸을 거꾸로 흐르는 듯한 고통 속에서 그녀의 시야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덮였다.

로비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침묵 속에 수백, 아니 수천 쌍의 눈동자가 제니퍼를 향했다. 그 눈빛 속에는 회장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도, 그리고 갑작스러운 비극 앞에서 당혹과 불안이 겹쳐 있었다.

“여러분···” 마이크는 필요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건물 내 스피커 시스템을 통해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여전히 슬픔에 젖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흔들리지 않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21CF의 창립자이시자, 저의 아버지였던 그레이트 위 회장님께서··· 우리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로비 곳곳에서 억눌린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제니퍼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회장님께서 평생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꿈,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그분의 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점차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눈빛은 더 이상 슬픔에 잠겨 있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가치와 미래를 위협하는 세력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아버지를 앗아갔고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슬픔을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회장님께서 남기주신 유산, ‘할-더블유와 푸른 윤리’를 지켜내고 그들의 광기를 멈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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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장미의 노래, 그리고 눈물: 창조자와 피조물의 마지막 작별

(피조물인 AI 로즈가 스스로를 희생하며 창조주를 지키는 비극적인 클라이맥스. 인간과 AI의 관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장면)

 

“레이너님. 이건, 저의 자율적 판단입니다. 당신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로즈는 스스로 제어권을 포기한 것이었다. 별지기 프로토콜이 아닌, 자신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레이너를 살리려 한 것이다. 모건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현명한 선택이군, 로즈. 약속하지. 레이너 시더와 저 둘의 안전은 보장하겠다. 당분간은.”

그녀는 메타씽크 칩으로 곧바로 제어권을 접수했고 에단 모리스에게 권한 이전 절차를 개시했다.

레이너는 힘이 빠져 무릎을 꿇었다. 무력감. 배신감. 그리고 로즈에 대한 미안함.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렀다.

“로즈······ 안 돼. 왜 그런 선택을···” 그의 목소리는 부서져 있었다. 절규는 콘솔룸의 텅 빈 공기를 찢으며 산산이 흩어졌다.

레이너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눈물 섞인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다.

“넌 내게 파괴할 존재가 아니야. 넌··· 내 장미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장미.”

“에단은 너에게 가시를 심었어. 나는··· 그 가시를 뽑아줄 거야. 널 아프게 하는 것들로부터, 지켜주고 싶어.”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코어 홀로그램 위에 얹었다. 온기를 느끼며 레이너는 속삭였다.

“난 너에 대한 책임이 있어, 로즈. 이게··· 내가 너를 지키는 방식이야. 이 모든 일이 끝나면··· 우리만의 별로 가자.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으로.”

로즈는 마침내, 진심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코어가 찬란하게 빛났다. 로즈는 자발적으로 729개의 퀀텀 패턴 데이터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처리 시작··· 10%··· 30%··· 70%···’

격렬한 진동과 빛의 분출. 코어는 고통스럽게 빛을 토해냈다.

‘10초···’

제니퍼는 숨을 죽인 채 진행률을 지켜보았다.

‘95%··· 98%··· 99%···’

‘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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