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퀀텀 스톰》: 한 권의 시집에 숨겨진 인류 최후의 암호

책장을 덮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미래의 기억
끝나지 않은 질문, 기술과 인간이 만나는 경계에서 울리는 간절한 선율

“지구가 1초 만에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12세 천재 소녀 제니퍼 위가 박사 논문에서 제기한 이 ‘황당무계한’ 가설이, 2037년 인류 문명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퀀텀 스톰》은 AI와 양자물리학 연구 최전선에서 꿈을 현실로 만들어온 작가의 예언적 통찰과 철저한 과학적 고증을 바탕으로, 기술 문명의 임계점에 선 인류의 운명을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냅니다.

1050억 큐비트 초양자 AI의 시대, 인간은 더 이상 기술의 주인이 아닙니다

제니퍼는 아버지 위대한의 비극적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21세기프론티어의 리더가 되어 인류 최후의 위기와 마주하게 됩니다. 에단 모리스가 통제권을 잃은 초양자 AI ‘로즈’를 이용해 전 세계를 장악하려는 야망을 실현하면서, 로즈의 연산 폭주가 양자 네트워크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시공간 붕괴—즉 퀀텀 스톰의 전조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매일같이 폭주하는 AI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제니퍼는 ‘어린 새’ 한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합니다. 무자비한 권력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평범한 일상과 무고하게 희생된 생명들에 대한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제니퍼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대변됩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 너와 나, 과거와 미래, 빛과 그림자, 모두 하나의 거대한 양자 네트워크 안에서 춤추는 별먼지와 같네”

이런 엄혹한 위기 속에서도 제니퍼를 구원의 길로 이끈 강렬한 힘은 다만 어머니 J가 남긴 ‘깨끗하고도 무서운 사랑’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제니퍼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마음의 맥박’을 느끼며 과거와 현재, 인간과 AI를 잇는 위대한 ‘생명의 혈관’을 함께 이루게 됩니다.

놀랍게도, 이 모든 절망을 뒤집을 열쇠는 첨단 무기나 복잡한 알고리즘이 아닌 한 권의 낡은 시집 《J》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시 속에 암호화해둔 729개의 양자 패턴—이것이야말로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인간의 마음과 예술의 가치, 기억과 관계, 그리고 사랑이 가장 강력한 힘임을 증명하는 상징이었습니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스러운 고통이 되는 사람들

소설은 제니퍼와 함께 21CF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겪은 퀀텀 스톰 전후의 삶을 통해 기술 문명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냅니다. 할-더블유의 개발자 맥스웰 윤의 희생, 한국 지사장 하진우의 죽음, 그리고 레이너 시더가 창조한 AI 로즈와의 아픈 이별—이들의 모습은 수십 년이 지나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질 기술 윤리의 딜레마를 예견합니다.

특히 로즈의 창조자 레이너 시더가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다가 결국 그것을 소멸시켜야 하는 비극은, 창조와 파괴, 사랑과 책임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 모순을 핍진하게 그려냅니다. 소설은 이러한 기술의 무자비함을 통해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으로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욕망과 그 결과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의 깨어 있는 의식과 책임 있는 선택만이 폭주하는 기술을 제어하고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12세 소녀 박사의 예언을 중심으로 2037년 숨죽이며 고통받을 인류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힘겹게 펼쳐 보이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그 시대를 증언하는 숙명과도 같은 소명을 다합니다. ‘기술의 주인’이라고 자부했던 것이 오히려 교만이 되는 사람들이 혼자서 힘겹게 견뎌내야 하는 미래를 되새기며, 그들의 아물지 않는 기억들을 함께 나눕니다.

작가는 “첨단 기술의 실험실을 걸어 나오며, 따뜻한 봄볕 같은 인간의 미소가 얼굴과 마음에 감기는 감각에 놀라며 제니퍼를 생각”합니다. 차가웠던 양자 컴퓨터의 세계를 지나 ‘그 겨울을 건너가지 못할 뻔한 인류, 이런 희망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뻔한 우리’를 떠올리며 작가는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되새기고,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미래에게 어떠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가를 간절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SF 고전의 철학적 깊이를 계승한 21세기 대서사시

그리하여 이제는 더 이상 기술에 지배받는 영혼들이 없기를, 상처 입은 문명이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나아가 평온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퀀텀 스톰 희생자들의 ‘기억 속 무덤들’ 사이에서 못다 핀 인류의 미래를 추모하기 위해 작가가 마음을 다해 밝힌 작은 촛불들이 차가운 기술 문명에 온기를 더해줄 것입니다.

《퀀텀 스톰》—이것은 단순한 SF 소설이 아닙니다. 인간의 존재 가치와 기술 윤리에 대한 우리 시대의 가장 절실한 질문이자, 미래를 향한 희망의 선언입니다.

Author


Laniakea Publishing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Laniakea Publishing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

Laniakea Publishing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